영천 보현산댐
영천 보현산댐의 출렁다리

여름, 영천 보현산댐을 걷다 – 짚라인, 전망대카페, 그리고 돼지갈비 한 점

여름은 더위가 참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영천의 보현산댐을 다녀왔습니다.

보현산댐을 찾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이곳에 크게 조성된 출렁다리
그 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멋진 풍경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출렁다리를 걷다 보니,
역시나 여름엔 물가가 최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영천 보현산댐

영천 보현산댐의 출렁다리와 짚라인, 그리고 두 개의 회전계단

출렁다리는 댐 위를 가로지르는 대형 조형물로
걸을수록 물이 가까워지고 바람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중간쯤 다다랐을 땐 확실히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다리 양쪽에는 회전계단이 각각 하나씩 설치되어 있어서
걷다 보면 올라가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두 군데나 있었고요,
무엇보다 머리 위로는 짚라인을 타고
보현산댐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습니다.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니,
그 에너지가 절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아파트 10층 높이, 영천 보현산댐 전망대 카페

다리를 왕복하고 난 뒤,
많은 후기와 방문기로 익숙했던 전망대 카페에 들렀습니다.
아파트 10층 높이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이미 많은 분들이 창가 쪽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계셨지만
안쪽 좌석도 충분히 편안했고 시야도 넓게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보현산댐을 내려다보는 그 시간이 무척 여유로웠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오롯이 ‘쉼’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시안미술관, 포항제철소에서 딸에게로 이어진 감정

보현산댐에서 나와 들른 곳은 ‘시안미술관’입니다.
겉모습은 폐교를 개조한 듯한 정겨운 느낌이었고,
1층부터 3층까지 층별로 다양한 전시가 이어졌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영천 시민은 2,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고요,
예술에 문외한인 저도 유독 발걸음이 멈춰졌던 전시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포항제철소 사람들의 삶을 담은 그림 시리즈였는데요,
어린아이가 해변에서 놀고,
아버지가 두 팔 벌려 아이를 반기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에서
저도 모르게 한참을 멈춰 서 있었습니다.

지금 여섯 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게
그 장면은 그림 속 과거이자, 현재 제 삶의 반영 같았고
그 따뜻한 감정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명인제과와 ‘가끔의 돼지갈비’가 전하는 따뜻한 추억

미술관을 나와 마을 입구 쪽에 위치한
‘명인제과’라는 조용한 동네 빵집에도 들렀습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많이 퍼져있는 빵집이더군요.
저희도 몇 가지 빵을 사서 맛보았는데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돼지갈비로 정했는데요,
이 음식은 저에게 참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친구분이 돼지갈비집을 하셨는데,
가끔 외식으로 그 집에 가면 정말 “내일이 없는 듯”
저와 동생은 고기를 먹곤 했습니다.

특히 고기는 꼭 밥이랑 같이 먹는 게 진리라는 신념(?)이 있어서
단순히 고기만 먹는 게 아니라
고기+밥 조합으로 몇 인분을 먹었는지도 셀 수 없을 만큼
푸짐하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제가 아이의 밥을 챙겨주며,
“먹고 놀아라~”를 반복하는 아빠가 되어 있으니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네요.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영천 여행

이번 영천 여행은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보현산댐의 시원함,
짚라인의 생동감,
전망대의 탁 트인 여유,
미술관의 잔잔한 울림,
그리고 돼지갈비에서 떠오른 따뜻한 추억까지.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아
더 조용하고, 더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영천은 의외로 구석구석 볼 것도 많고,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채워주는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이란, 어쩌면 이렇게 소소한 순간들을 오래 간직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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